이만하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

작성자 외마
작성일 17-08-24 18:01 | 조회 32 | 댓글 0

본문

"유한한 세계에서 성장이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거나 경제학자"라고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꼬집었다. 하지만 자원과 환경위기, 경제적 불평등 심화, 세계 금융위기 등이 일상화된 요즘 '성장하지 않고도 잘 사는 경제'는 경제학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생태 경제, 지속 가능 경제, 그리고 이 책이 말하는 '정상 상태 경제'가 그것이다.

 

그런 경제란 "물질과 에너지 사용량이 생태적 한계 내에서 유지되고, 지디피(GDP) 증가라는 목표는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로 바뀌는 경제"이며 현상적으로는 자원소비와 인구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제이다.

 

지구 생물권은 이미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질소 순환 등에서 회복 탄력성을 넘어섰고, 토지 이용, 담수 사용량, 해양 산성화 등에서 그 문턱에 육박하고 있다.

 

월드워치 연구소는 연평균 소득 36000달러의 고소득 생활수준으로 산다면(미국보다는 1만달러 적지만) 지구는 21억명을 먹여 살릴 수 있고, 5100달러 수준이어야 62억명이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게다가 평균이 숨기는 격차는 심각하다. 70억 지구인구 중 27억명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살고 있는 반면 인구의 2%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근본적 지구 차원의 문제를 해결해 "번영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경제"를 이루기 위한 정책 제안 모음집이다. 물질과 에너지 소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기, 인구 안정화하기, 공정한 소득 분배하기, 화폐와 금융시스템 개혁하기, 일자리와 완전고용 보장하기 등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물론 문제의 엄청난 복잡성에 비춰 이들 제안 역시 원론적일 수밖에 없긴 하다.

 

정상 상태 경제에 대한 주요 비판은 기술 발전과 효율 향상으로 물질 소비를 줄이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효율 향상은 추가 소비를 부추긴다는 '반등 효과'를 들어 기술만으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1980~2007년 사이 세계 경제는 효율향상과 기술혁신 덕분에 같은 생산을 하는데 들어가는 자원의 양을 33%나 줄였지만, 같은 기간 동안 절대적인 자원사용량은 61% 증가했다. 자동차 연비가 개선되면 운행거리가 더 길어지고, 냉장고 전기소비가 줄면 용량이 크게 늘어 절감 효과를 뛰어넘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가간 비교에서 행복과 만족도는 소득이 늘어나면서 증가하다가 연평균 국민소득 약 2만달러를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나도 더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성장에 대한 신화가 세계적으로 강한 우리에게 "충분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지은이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올까 궁금하다.

탐욕의 복음에 대항하는 복음적 메시지를 느낀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